2007년 06월 01일
삼성물산 신입사원의 사직서
"내가 사랑하는 삼성을 떠나는 이유"
요즘 제 블로그가 점점 이슈에 민감해져 가는 듯한 느낌이...ㅡ.ㅡ
그럼에도 저 글(사직서)이 너무 절절하게 와 닿아서 포스팅을 안 할 수가 없네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참 눈물이 날만큼 저 사람이 절박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악플 하나만 인용하자면..
참 무개념도 이런 무개념이 없군요 -_-;
돈 많이 주는 만큼 힘들면 짜게 주는 회사는 편하게 일한답니까? 저 사직서는 삼성의 현실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설득력이 없다는 걸 보니 아마 취업을 못하고 있는 구직자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힘드니까 나가는 거 맞죠, 물론. 다른 데 가도 비슷할 수 있겠죠.
하지만, 말했듯이 저 곳은 '삼성'입니다. 삼성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 올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지닌 회사이지만,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사직서 내용처럼 후진적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은 삼성을 따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웃기는 건 사람들 틀어쥐고 일 시켜먹는 건 삼성을 따라하면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같은 것은 못 따라한다는 점이지만요.
이전 글들와 같은 맥락이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리의 삼성'이란 말도 나왔겠지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도 삼성이 많이 했었는데 역설적으로는 삼성이 인간미가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고요.
한 명의 인재가 100명이랬나 백만명이랬나, 뭐 어쨌든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예전에 있었는데 이것도 이슈가 많이 됐지요. 사직서에 따르면 아마 그 한 명은 법인카드로 나머지 사람을 먹여 살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_-
저 말이 삼성 내에서는 나머지 100명의 기본권은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건 아니겠지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무슨무슨 운동이나 캠페인으로 혁신적인 이미지인 듯 포장하는 시도도 어느 회사나 있지만 제대로 하는 회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삼성 따라하기 좋아하는 회사였는데 어느 날 '무슨무슨 캠페인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으로전체메일이 날아왔는데 내용은 '출근시간 엄수하기', '사무실 문 열어놓지 말기', '집중 근무시간(하루에 4시간정도)은 자리 뜨지 말기'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물론 꽤 윗자리 분...
저런 내용을 쓰면서 어떻게 캠페인을 제안한다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겁니까? -_-;;;
속지 마십시오. 기업이 직원들에게 외치는 변화는 '우리는 안 변한다, 니들이 변해라'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변하는 것도 그냥 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순종하고 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변하기를 원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창의적인 인재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그런 분위기의 조직에서 무슨 창의성을 바라는 겁니까?
뉴스에 따르면 삼성에서는 저 글이 게시판에 뜨니까 삭제해 버렸다는데 언론 플레이 능력도 있으니 사내 게시판 정도야 껌이겠죠 -_- 직원들은 잘릴까봐 암말도 못할거고요.
하지만 저 사직서야말로 삼성이 제대로 거듭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제대로 된 글이 아닐까 싶군요. 외부에서가 아닌 내부에서 나온 내용이란 점에서도요.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쓴 거 아닙니까? 회사 내의 자유로운 언로조차 저렇게 막혀있고(삼성 내에서는 몇몇 진보적 사이트도 접속이 안되죠) 외부의 비판은 안하무인이니 과연 삼성이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의 편법 상속에 대해 에버랜드 지분 유죄판결도 마찬가지고...
삼성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니 어쩌니 하는 분들은 제발 그 얘기 좀 그만하시길 바랍니다.
[삼성물산 46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7년 5월 2일
요즘 제 블로그가 점점 이슈에 민감해져 가는 듯한 느낌이...ㅡ.ㅡ
그럼에도 저 글(사직서)이 너무 절절하게 와 닿아서 포스팅을 안 할 수가 없네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참 눈물이 날만큼 저 사람이 절박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악플 하나만 인용하자면..
"그럴듯하게 온갖 유식한척하며 써놨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네~ 내용도 없고..다른데 가면 뭐 편하고 아무불평없을것 같나? 돈많이 주는만큼 힘든것도 사실..힘들어서 나왔다고 걍 말해~"
참 무개념도 이런 무개념이 없군요 -_-;
돈 많이 주는 만큼 힘들면 짜게 주는 회사는 편하게 일한답니까? 저 사직서는 삼성의 현실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설득력이 없다는 걸 보니 아마 취업을 못하고 있는 구직자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힘드니까 나가는 거 맞죠, 물론. 다른 데 가도 비슷할 수 있겠죠.
하지만, 말했듯이 저 곳은 '삼성'입니다. 삼성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 올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지닌 회사이지만,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사직서 내용처럼 후진적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은 삼성을 따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웃기는 건 사람들 틀어쥐고 일 시켜먹는 건 삼성을 따라하면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같은 것은 못 따라한다는 점이지만요.
이전 글들와 같은 맥락이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리의 삼성'이란 말도 나왔겠지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도 삼성이 많이 했었는데 역설적으로는 삼성이 인간미가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고요.
한 명의 인재가 100명이랬나 백만명이랬나, 뭐 어쨌든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예전에 있었는데 이것도 이슈가 많이 됐지요. 사직서에 따르면 아마 그 한 명은 법인카드로 나머지 사람을 먹여 살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_-
저 말이 삼성 내에서는 나머지 100명의 기본권은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건 아니겠지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무슨무슨 운동이나 캠페인으로 혁신적인 이미지인 듯 포장하는 시도도 어느 회사나 있지만 제대로 하는 회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삼성 따라하기 좋아하는 회사였는데 어느 날 '무슨무슨 캠페인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으로전체메일이 날아왔는데 내용은 '출근시간 엄수하기', '사무실 문 열어놓지 말기', '집중 근무시간(하루에 4시간정도)은 자리 뜨지 말기'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물론 꽤 윗자리 분...
저런 내용을 쓰면서 어떻게 캠페인을 제안한다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겁니까? -_-;;;
속지 마십시오. 기업이 직원들에게 외치는 변화는 '우리는 안 변한다, 니들이 변해라'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변하는 것도 그냥 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순종하고 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변하기를 원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창의적인 인재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그런 분위기의 조직에서 무슨 창의성을 바라는 겁니까?
뉴스에 따르면 삼성에서는 저 글이 게시판에 뜨니까 삭제해 버렸다는데 언론 플레이 능력도 있으니 사내 게시판 정도야 껌이겠죠 -_- 직원들은 잘릴까봐 암말도 못할거고요.
하지만 저 사직서야말로 삼성이 제대로 거듭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제대로 된 글이 아닐까 싶군요. 외부에서가 아닌 내부에서 나온 내용이란 점에서도요.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쓴 거 아닙니까? 회사 내의 자유로운 언로조차 저렇게 막혀있고(삼성 내에서는 몇몇 진보적 사이트도 접속이 안되죠) 외부의 비판은 안하무인이니 과연 삼성이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의 편법 상속에 대해 에버랜드 지분 유죄판결도 마찬가지고...
삼성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니 어쩌니 하는 분들은 제발 그 얘기 좀 그만하시길 바랍니다.
[삼성물산 46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7년 5월 2일
# by | 2007/06/01 18:08 | 時事 | 트랙백(2)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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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년내 신입사원 퇴사율 ...... xx% 라구요??
신입사원의 사직서 전문 [신입사원의 사직서]1년을 간신히 채우고,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more
제목 : 삼성맨의 사직서 와 철듦에 대해
우선 아래의 원문을 읽어주세요 :) [삼성물산 46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more
군대 최신식 내무시설 이라고 홍보하면 수십만 국군 장병이 비웃음을 흘리듯이... 그러나 일부분에서는 맞는 말이잖아요.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논하기에는 조직의 규모의 차이가...
구직자의 변이었습니다.
한 마디만 드리자면... 작은 변화라도 없는 편 보단 나을 거 같은데요?
제국의 몰락은 외침이 아닌 내부의 붕괴로 시작되었죠?
오늘 뉴스를 보니
7년째 진행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불법 증여 항소심 패소,
핸드폰 고장 수리시 재활용 부품 사용을 통한 폭리 취득 부인 후 취재가 진행되자 사실 부분인정 등 별로 좋은 소식은 없군요.
삼성...글쎄요~~~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여전히 저에게 없네요.
그리고, 사직서 쓰신 분, 포스팅 하신 분 용기 있어서 멋있습니다.
선택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거 다들 아시죠? 화이팅!!!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사직서를 쓴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좀 편하려고 나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사직서 내용이 본인의 진심이라는 전제 하에서 보면 "미친 듯이 일하고",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하는 부분을 보더라도 좀 작정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이지요. 야근이나 업무 시간 외 일과 부여 등이 싫어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사실 그건 한국 기업들이 이상해서 그런 걸 잘 시키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 친구에게 이 사직서 보여줬더니 기겁을 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살까 뭐 이런 생각하는 친군데, 이 사직서 내용처럼 미친듯이 일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그런데, 대기업의 현실에서는 차라리 그게 편합니다. 위에서 '쓸데 없는' 일 안 시키고 본인이 자기 업무만 최고도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그게 훨씬 편하고 능률도 높고... 모르긴 몰라도 실적도 더 높을 겁니다. 야근 많이 하면 비용 많이 든다고 뭐라 하고(야근수당이 있든 없든 대개 식대는 주니까요), 야근 안 하면 일 안 하냐고 뭐라 하는 게 대기업의 모습 아닌가 싶어요. 그럴 바에는 근무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일이 남으면 야근도 하지만 없으면 눈치 볼 거 없이 퇴근해서 자기계발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나 싶거든요.
너무 길어졌네요. 주제도 없는 댓글인데. ^^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나는 어려서부터 가전제품을 비롯 첫 휴대폰부터 지금까지. 이전 차나 지금 차도 삼성을 쓸 만큼 삼성 광팬이었다. 심지어 야구, 축구,배구등 스포츠 팀들 까지도.
근데 요즘 삼성 일부 회사들을 보면 정말 너무 답답하다. 망하려고 작정을 한건지 소비자 왕무시 한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알것나!!!
부당한것이 많지요...저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삼성의 하인으로 들오온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몇몇윗사람들 생각과 사상이 썩었더군요... 얼마 후 저도 퇴사합니다...
'인맥을 통해 인생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술 못먹어도 직장 생활 잘하는 것'은 하나의 처세술에 불과할 뿐, 한 인간의 자아실현과 행복실현과는 직결되지 않는 부분임을 모르시는지요?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삼성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왠만한 한국 조직사회에서 드러나는 악습이라는 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현재 회사에서 3년차가 되지만, 위의 사직서를 읽으며 마치 제가 근무하는 회사 상황을 듣는 듯한 착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때묻지 않았구나... 아직 머리와 가슴이 굳어있지 않았구나... 하는 부러운 마음마저 들더군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 밖에 없다지만, 그 절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싶기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저 같으면 아미 질리고 기진맥진해서 저런 장문의 글을 쓰지도 않습니다. 필자가 정말 삼성물산이라는 회사에 많은 애착이 있었기에 저런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어쨌든 조직사회 부적응자의 하찮은 자기합리화로 보신 모양인데, 부디 굳은 뇌와 가슴을 갖고 어느 조직이 되었던 잘 적응하셔서 대성하시기 바랍니다.
(아, 삼성입사를 목표로 하신다니, 저승사자님이 적으신 상기 글을 꼭 프린트해서 입사서류에 붙여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뽑아줄지?)
결국은 자기 개발 이나 다 필요 없잖아요 자기 개발도 돈벌려고 하는거고..늙어 죽을래도 돈이 있어야 죽지머..글쓴이 님도 머 다른거 해서 성공하시면 더 좋을게 없지만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바꿀수가 없어요 그냥 이렇게 살다가 자기꺼 잘챙겨서 그냥 사는수 밖에..
아리가또님은 '지금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세상이란게 사실은 '우리나라'란게 문제 아닐까요(그리고 사직서 쓴 사람은 저 아닙니다 혹시나 헷갈리시나 해서 -_-).
그리고 저도 자기계발 나름대로 하지만 돈보다는 개인적인 만족과 재미를 위해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애착을 갖고 싶어하던 일을 저런 외부적인 요인으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정말 문제 아닙니까?
마지막 말은 참 슬프군요. 다른 말들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세상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바꿀 수 없어'라고 믿었다면 5.18도 6.10 항쟁도 없었겠지요. 저도 실천할 용기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최소한 당신같은 글로 사람들의 의지마저 꺾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충 살고 자기 꺼 챙겨서 죽을 요량이면 그런 댓글도 달지 말고 조용히 챙기세요.
그럼 이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_-